선교편지 04 - Happy New Year!
안녕하세요, 어느덧 2024 한 해가 다 지나고 어느새 또 새 해를 맞이 하게 되었습니다.
저도 이 곳 브라질 헤시피에 들어온지 어느새 2년의 시간이 흘러, 이제 마지막 한 해를 남겨두고 있습니다.
선교지에 들어오기 전, 예전부터 교제해오던 한 선교사님께 선교지에서 언제가 힘드셨는지를 여쭈어 보았습니다. 선교사님은 사역 2년차 정도 지났을 때에 힘들고 지치는 마음들이 있었고, 그 시간을 넘기니 다시 괜찮아 지셨다고 하셨습니다. 그 때는 제가 예상했던것보다 그 시기가 빨리왔다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리고 저에게도 2년차 였던 작년 한해를 지내며 선교사님의 그 말씀을 자주 떠올리게 되었습니다.
지난 2년의 시간 동안 사역적인 부분만 따지고 보면 정말 놀랍도록 풍성한 은혜를 경험했다 말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10년간 닫혀있던 단기선교의 문이 열리고, 주변 학교들과 연합해 청소년 수련회를 진행하고, 영어와 디자인 수업을 통해 숨겨진 보석과 같은 아이들을 만나고, 교회는 예배의 기쁨을 회복하며 기대감이 가득한, 말도 안되게 은혜가 부어진 시간이었음을 그 누구도 부정할 수 없었습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이런 상황 속에서 저의 마음은 계속해서 가난해 지는 것을 느끼는 시간이었습니다.
저는 이 곳에서의 첫 1년간 회사일과 사역을 병행했고, 2년 차부터는 직장을 그만두고 사역에만 집중하며 보내게 되었습니다. 직장을 그만두고 나니 사역에만 집중할 수 있어서 사역적으로는 큰 유익이 있었지만, 개인적으로는 심란한 마음을 떨치기 어려운 순간들이 있었습니다. "마르지 않는 기름병"과 같았던 직장이 주는 물질적 풍족함에서 오던 여유와 보장된 미래를 통해 얻는 안정감이 이제는 사라졌기 때문입니다. 처음부터 하나님께서 "자비량 선교사"라는 마음을 주시지 않았다면, 그래서 선교사역을 병행할 수 있는 적절한 직장을 찾지 못했더라면 애초에 이 곳에 이렇게 와 있지도 못했을것 같다는 생각을 합니다. 그래서 이곳에서 남는 시간에 조금이라도 일을 해볼까 생각을 했지만, 기도하며 받은 마음은, 이 곳에 있는 동안은 이 곳의 사역에만 집중해야 한다는 마음이었습니다.
"그러므로 염려하여 이르기를 무엇을 먹을까 무엇을 마실까 무엇을 입을까 하지 말라 이는 다 이방인들이 구하는 것이라
너희 천부께서 이 모든 것이 너희에게 있어야 할 줄을 아시느니라
너희는 먼저 그의 나라와 그의 의를 구하라 그리하면 이 모든 것을 너희에게 더하시리라
그러므로 내일 일을 위하여 염려하지 말라 내일 일은 내일 염려할 것이요 한 날 괴로움은 그 날에 족하니라"
작년 사역을 시작할 때는, "예배와 부흥"이라는 주제가 마음에 강하게 있었고, 다음 한 해를 맞이하며 제가 붙드는 말씀은 마태복음 6:31-34 입니다. 처음부터 믿음 없이는 시작할 수 없었던 일, 끝까지 주님을 믿기에 내일 일을 염려하지 않고 그 나라와 의를 구하며 가겠다고 다짐해 봅니다.
또 한 지난 2년간 함께 해 온 디자인반 학생들과 특별한 프로그램을 준비 중에 있습니다. 지금까지 배운 것들을 활용해 실제 판매까지 해 볼 수 있도록 온라인 샵을 만들어 티셔츠를 판매해 볼 계획입니다. 이 일이 수익창출까지 이어지면 금상첨화겠지만 결과를 떠나 이 과정을 통해 아이들은 많은것을 배우게 될 것이라 믿고 있습니다. 아이들도 학기 중에는 바쁘기 때문에 지금 방학 시간을 잘 활용 해야 합니다. 앞으로 남은 한 달의 방학동안, 아이들과 함께 바쁘게 달려 볼 생각입니다. 아이들과 함께가는 이 여정이 순탄할 수 있도록 기도를 부탁드립니다.
개인적으로 복잡한 마음에 징징대는 소리를 선교편지에 담고 싶지 않아 소식을 전하는데 시간이 조금 걸렸지만, 솔직한 마음을 나눌 때 또 함께 진심으로 기도해 주실 수 있으리라 믿으며 편지를 보냅니다.
저도 함께 동역해 주시는 한 분, 한 분의 이름을 부르며 기도하고 있습니다. 선교지보다 더 치열한 삶의 현장에서 선교사보다 더 선교사같은 삶을 살아내시는 동역자 분들께 존경의 마음을 표합니다. 2025년 새 해, 더 깊은 하나님의 은혜와 동행하심을 경험하는 시간이 되시기를 기도합니다.
2024년 마지막 주,
김지혜 드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