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미국과 한국은 추운 겨울을 지나 이젠 봄으로 접어든 듯하네요.
이곳 헤시피는 한창 더운 여름을 보내고도 여전히 더위가 가시지 않고 있습니다.
선교지를 확정 짓기 전, 처음 이곳을 방문했을 때, 가는 곳곳마다 주렁주렁 열려있는 망고를 아무도 따지 않아 길거리에 떨어져 뒹구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그리고 그것이 마치 사역지 영혼들의 모습과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어느 나라에서는 비싸서 먹을 수 없는 귀한 과일인데 이곳에선 아무도 거두지 않아 여기저기 그대로 나무에 달려 있는 광경을 보며, '이곳에 오게 되면 그냥 팔만 뻗어 열매만 따면 되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리고 그때의 그 인사이트처럼, 지금 이곳은 확실히 추수의 때인 듯합니다.
작년의 청소년 수련회를 기점으로 주변 학교의 학생들 30~40명이 꾸준히 교회 예배에 참석하고 있고, 이로 인해 사역의 분위기가 처음과 많이 달라졌습니다. 갑작스러운 사역의 변화와 확장에도 기존의 교인들은 성숙한 마음으로 기쁨과 사명감을 가지고 함께 동역하고 있습니다.
많은 학생들이 교회의 울타리 안으로 들어와 준 것에 대해 너무 고마운 마음이 있지만, 해결되지 않는 아이들의 상처와 죄, 그리고 현실의 문제들에 대한 무게가 사역자들에게 그대로 전달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인 듯합니다. 매주 금요일 저녁 청소년 예배를 드리는데, 아직까지 예배에 대한 마음은커녕 최소한의 예의조차 갖추지 못한 학생들의 모습을 보며 도대체 어떻게 대처해야 하나 하는 고민을 하게 됩니다. 찬양 시간에도, 설교 시간에도 시장 바닥처럼 시끄럽게 떠들며 장난치는 아이들을 바라보며, ‘과연 이 모임이 의미가 있는 것인가, 이 아이들을 데리고 또 수련회에 가야 하는가’, 별의별 생각을 다 하곤 합니다. 또 한편에서는 예배 중 사탄이 드러나는 아이들이 있고, 다른 한편에서는 그걸 보며 귀신 들렸다고 험담하는 아이들이 있습니다. 한 명, 한 명 보면 착한 아이들인데, 청소년 시기의 상처 많은 아이들을 한데 모아 놓으니 말 그대로 총체적 난국입니다. 원래 교회에서 자라난 학생들이 리더 역할을 해주면 가장 이상적이겠지만, 3-4년 전까지 교회에 제대로 된 사역자가 없던 상황에서 제자훈련은 생각조차 할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이제야 비로소 가능성 있는 소수의 학생들을 대상으로 제자훈련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나무에 주렁주렁 달린 열매를 따는 것까지는 신나는 일이었는데, 자루에 담긴 열매만큼이나 어깨는 무겁습니다. 옆에서 지켜보는 저보다 헤난 목사님이 몇 배는 더 하겠지요. 목사님을 바라볼 때, 아이들을 품는 그 마음과 사랑이 대단하다는 생각을 합니다. 이 사역이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은 아님이 분명하고, 이 사역을 위해 부르심에 순종한 목사님 부부에 대한 감사가 시간이 흐를수록 더욱 깊어집니다.
올해는 주변의 학교 하나를 더 섬기기로 하여 총 세 개의 학교에서 청소년 수련회에 참석하기로 하였습니다. 4월과 7월, 두 차례로 나누어 진행되는 수련회에 300-350여 명의 학생들이 참석할 것으로 예상하고 준비 중에 있습니다.
뭔가 제대로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일은 점점 커지는 듯해 저의 성향상 마음에 부대낌을 느끼기도 하지만, 그만큼 이 영혼들을 바라보시는 하나님의 마음은 조급하시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도 그럴 것이, 사역지의 아이들은 너무 위태로워 보입니다. 몇 개월 사이에도 금세 어른의 눈빛이 되어 있는 청소년기 아이들을 볼 때에, 한 시라도 빨리, 한 번이라도 더 진리를 접할 수 있고 은혜를 경험할 수 있는 기회가 제공되어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사막에 내리는 비처럼, 잠깐의 소나기에도 이곳의 아이들은 금세 메말랐던 마음에 꽃을 피우기 때문입니다.
지금 이곳은 추수의 때, 부흥의 때입니다. 부흥은 영적인 폭발이고, 폭발이라는 것은 갑작스로운 혼돈과 변화를 가져옵니다. 그 어느 때보다 지혜와 인내가 필요한 시간인 것 같습니다. 이곳의 모든 사역자와 리더들, 그리고 기존 교인들이 지혜롭게, 겸손하게, 성실하게, 그리고 무엇보다 기쁨과 감사로 이 사역을 감당하며, 예수님의 손과 발이 되어 맡겨진 영혼들을 잘 섬길 수 있도록 기도를 부탁드립니다. 또한 교회에 나오는 학생들이 옛사람을 벗어버리고, 그리스도 안에서 성숙을 향해 나아갈 수 있도록 함께 기도해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이 사역에 함께 해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아무것도 없던 이곳에 지금의 이 모든 사역과 부흥이 가능케 될 수 있었던 것은 이 편지를 읽고 계시는 한 분 한 분의 기도와 물질의 후원이 있어서였습니다. 지금까지 한 마음으로 후원을 아끼지 않으셨던 동역자 분들께 약소하지만 저희의 마음을 담아 이번에 제작된 티셔츠를 전달하고자 합니다. 사역지의 모습을 담은 그림과 사역지 사람들에게 전달하고 싶은 작은 메세지가 담긴 티셔츠입니다. 받으시는 데까지는 시간이 좀 걸리겠지만, 사이즈와 색상을 알려주시면 따로 잘 보관하였다가 사람들이 오갈 때 기회를 봐서 전달하도록 하겠습니다. (아직까지도 이곳에서의 해외 배송은 비용적으로나 시간적으로나 쉽지 않습니다.)
그럼 또 너무 늦지 않게 소식을 전하도록 하겠습니다.
진심으로 감사의 마음을 전하며,
김지혜 드림
인스타그램을 통해 사역지 소식을 전달하고 있습니다:
개인계정 @wisdomcallsou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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